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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PAX KOREANA 21 연구원 개혁포럼 연설

작성일
2002-04-10 00:00:00
조회수
5319

존경하는 문희상 의원님, 박관회 이사장님, 조병윤 연구원장님 그리고 PAX KOREANA 21 연구원 임원 여러분,

 

오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PAX KOREANA 21 연구원은 1997년 11월 창립된 이래, 지난 3월까지 사회적 당면현안에 대한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기 위하여 포럼을 67회 개최하는 등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신 문희상 의원님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로서 우리 외교에 많은 기여를 하고 계십니다. 이 자리를 빌어 문희상 의원님을 비롯, PAX KOREANA 21 임원 여러분께 각별한 존경의 뜻을 표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모임은 지난주 임동원 대통령 특사가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관계 활성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기회를 맞고 있는 시점에 이루어진 만큼 매우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냉전체제 붕괴 후 국제정세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으며, 그 중심에 세계화가 있습니다.

 

세계화는 이념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포함한 국가의 이익을 중시하는 특징을 갖고 있고, 상호의존을 가속화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지구촌'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9.11 테러사태로 인해 국제 테러리즘과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문제가 21세기 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관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반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9.11 테러사태는 국제정치 학자들이 'post post-cold war'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국제질서 형성에 큰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한반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작년 9월 남북 대화분위기를 살려나가는 와중에 9.11 테러사태가 발생하여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루어졌던 여러 가지 진전사항과 이산가족 상호방문 등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이 중단되었고, 북한은 대남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에서 매우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불안해 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또한, 금년 1월 29일 부시 미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대량파괴무기 문제를 대테러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다루겠다는 방침을 천명하면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악의 축'으로 규정하여 이 지역에서도 큰 파장을 미쳤습니다.

 

미국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가 테러리스트들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자국의 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하에, 대량파괴무기 문제에 대해 대단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획기적으로 진전되어 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지난 1년간 전반적으로 실망스럽게도 소강국면을 보였습니다.

 

미북관계는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작년 6월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추진할 것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적대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발하였고, 의제 등에 대한 입장차이로 미북간에는 대화가 재개되지 못하였습니다.

 

일북간에도 과거사 청산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인 납치의혹, 미사일 문제 등 주요 쟁점사안에 대한 의견대립으로 2000년 10월 제11차 수교회담 이래 대화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소강국면을 타개하고, 앞에서 말씀드린 9.11. 테러사태이후 고조된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남북대화를 재개하고 주변 4국의 협조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난 2월 부시 대통령 방한시 한미 양국 정상은 공고한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하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우리의 햇볕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정부의 각별한 외교 노력이 있었음을 말씀드립니다. 특히 미국의 '악의 축' 발언이후 한반도 긴장상태가 가일층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정책공조 노력을 다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한미 정상회담이후에 당시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밤잠을 못 이루면서 노심초사하였다고 후일담을 토로하신 바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에 이어 코이즈미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방한하였습니다. 코이즈미 총리도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한일 양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유지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또한 주변 4국 외교의 일환으로 본인이 지난 3월 일본과 중국을 방문하였으며, 내주 화요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외교통상부차관은 이달 초 러시아를 방문하였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한 이들 국가의 협조와 지지를 재확인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주변국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하는 가운데, 정부는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 4월 3일부터 6일까지 북한을 방문하였습니다.  

 

임동원 특사의 방북결과에 대한 내용은 이미 발표되었기 때문에 생략하고, 금번 방북의 의미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반도 긴장조성 방지노력과 관련하여 우리측은 9.11 테러사태 이후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해 심도있고, 객관적으로 북측에 설명하였습니다.

 

특히, 테러문제와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문제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핵심사안임을 지적하고, 이를 감안하여 북측의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모든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점, 대화에 대한 북측의 태도와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점 등 지난 2월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북측에 설명하면서, 미북대화와 일북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남북 양측은 상대방 존중 및 긴장조성 방지, 남북관계 원상회복,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 경협 추진위원회 개최,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군사당국자 사이의 회담재개 등  6개항에 합의하고, 이를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합의를 통해 남북 양 정상의 평화 협력 의지가 재확인되었으며, 그 동안 중단되었던 남북관계를 전면 복원하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재개, 동해선 철도와 도로, 그리고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함으로써 남북경제공동체 구축뿐만 아니라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상 말씀드린 한반도를 위요한 국제정세 상황속에서 금년도에 정부가 추진할 한반도 평화공존 기반 구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주변 4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미국과는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한미동맹관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 전쟁재발 방지와 평화유지에 이바지해 왔습니다.

 

튼튼한 안보의 유지는 햇볕정책의 기본 전제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 부시 대통령 방한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공고한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북대화가 재개되어 남북관계의 진전에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핵사찰 의무이행 지연과 미사일의 개발·수출, 특히 북한이 개발한 대량파괴무기와 기술이 테러집단에 제공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과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상호 대화부재와 불신에서 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대량파괴무기 문제해결을 도모하면서 상호이해를 제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번 임동원 특사 방북시 북한측은 우리의 미북대화 재개권고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였습니다. 또한 북한측은 미국 프리차드 특사의 방북을 수용하고, KEDO와의 협의재개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미북간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주 동경에서 개최된 한·미·일 3자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회의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한다는 대원칙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협의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다음주로 예정된 본인의 미국 방문시 파월 국무장관 등 미국 행정부의 주요인사들과 이 문제를 중점 협의할 예정입니다.

 

일본과는 금년도 월드컵의 공동개최와 '한·일 국민교류의 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일북간 대화 재개를 통해 관련 현안사항의 해결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남북간 화해협력의 진전에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계속 확보해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국과는 수교 10주년과 '한·중 국민교류의 해'를 계기로 여러 분야에 걸쳐 협력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러시아와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사업 등 제반 경협사업을 착실히 진행하겠습니다.

 

또한, ASEAN과 EU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구할 것이며 ASEM, APEC, ASEAN+3 등 다자무대도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시 금년 7월말 브루나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포럼 (ARF)에 북한이 적극 참여토록 촉구한 바 있습니다만, 우방국들과 협조하여 북한이 각종 국제회의, 안보대화 및 안보협력포럼 등 국제무대에 참가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고자 합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대외정책이 시대적 상황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할 경우 그 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햇볕 정책이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지지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여년간 한반도에서는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습니다. 1993-4년의 핵 위기, 북한의 경제 및 식량위기, 그리고 19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금창리 핵사찰을 둘러싼 긴장 등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위기 또는 긴장상황을 통하여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과거 남북관계를 특징지웠던 zero-sum 게임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경수로 건설에 40억불 이상을 지원토록 만들었으며, 북한 식량난과 관련하여 매년 수십만톤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불행이 곧 우리의 행복'이라는 도식이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남북관계를 win win 관계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금년은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등 국제경기대회와 양대 선거 등 4대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합니다.  

 

특히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좋은 기회를 맞아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한반도 긴장조성을 예방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아울러, 내년은 1994년 제네바 합의(AF)에 따라 북한이 핵사찰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기준 또는 시발연도이고,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시한이 만료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또한, 북한은 경수로 건설공정 지연에 따른 전력 등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정부는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는 햇볕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나아가 민족의 번영을 확보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하에 앞으로도 이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햇볕정책 추진을 위한 국제적 여건을 조성하면서 주변 4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지지와 협조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에 토대를 두는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공존 기반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국민적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과 같이 우리나라의 지도층에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긴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