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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한일 신협력 비전 포럼 개회사(5.20)

작성일
2024-05-20 18:52:58
조회수
4969

[ 인사말 ]  


존경하는 유흥수 대사님,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공사다망하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깊은 해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으면서도,

아직 이를 위한 의미있는 담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관계가

지난해부터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양국의 국내 정치적 환경이

양국 관계의 미래 청사진을 그릴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외교부 내에 T/F를 만들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들의

밑그림을 그려볼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개략적인 얼개만 마련되었을 뿐,

아직 살을 붙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더 다듬어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들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일본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려면

한일 양국에서 사회적 담론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 각계에서 한일관계를 이끌어 오신

지도자 여러분들을 모시고

<한일 신협력 비전 포럼>을 개최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깊은 식견과 혜안을 빌려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있는

한일관계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기 위함입니다.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기에 앞서

먼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의 한일관계를

간략히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 한일관계 평가 ]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로

규범 기반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할 무렵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복합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복원이 긴요하다는 인식하에

출범 직후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양국을 장기간 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던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하여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양국 최고법원의 상충하는 판결로 인해

더욱 복잡하게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께서

행정부 수반이 아닌 국가원수로서 내린  

정치적 결단이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국익과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내린 용단이었습니다.


그 결과, 양국은 12년 만에

정상간 셔틀외교를 재개하여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미래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촉발된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GSOMIA 효력 중단 등 양국간 현안의

포괄적 해결 필요성에도 뜻을 같이 하였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5월 한국을 방문하여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위로 메시지를 전했고,

이어 개최된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는

양 정상이 최초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함께 참배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진지한 모습도

보여 주었습니다.


한일 양국은 작년 이후 7차례의 정상 회담과

7차례의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수년간 중단되었던 고위급 교류를 차례로 복원하면서

한반도는 물론 지역‧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과 연대도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은  

작년 8월에 개최된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원동력이 되어

인태 지역 안보와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3국 간 중요한 협력 기제를 마련하는데 기여하였습니다.


이러한 양국 관계 개선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로도 이어졌습니다.


양국 재무당국간 100억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었고,

양국에 더 많은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줄  

협력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양국의 경제관료들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해 무력 충돌이 발생했던

수단과 이스라엘에서 양국 정부가

상대 국민의 귀국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은

한일관계 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양국 간 인적 교류도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지난해 양국을 오간 국민들은

928만 명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역대 최다 수준인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일관계 개선의 흐름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히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일관계가 개선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였고,

한일관계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한국에서 74%, 일본에서 62%에 달하여

양 국민의 상호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 한일관계 발전 방향 ]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한일 양국은 서로를 위해 소중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인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합니다.


북한 핵문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거의 매일 지정학적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오늘날,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긴요하고 절실합니다.


이제는 좀 더 먼 시각과 긴 호흡으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내다 보고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폴란드가 이룩한 화해를

우리는 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한일 양 국민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일 양국에게는 이미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역사적 이정표가 있습니다.


그 선언으로 인해

이후 수백만 명의 한일 청년들이

상호 방문을 통해 우의를 증진시킬 수 있었고,

이는 오늘날 일본 내 제3의 한류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 세대가 흘렀습니다.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우리는 다시금 양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선사할

비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1998년과 2025년의 국내외적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세밀히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탈냉전 시대를 지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지배하는

혼돈의 포스트 탈냉전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핵ㆍ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고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북한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갈수록 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무력 충돌 사태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뿌리채 흔들면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동아시아는 지정학적 지각변동을 겪고 있고,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간 대립으로

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치 따로 국익 따로’외교가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제와 기술, 안보가 상호 연동하는

이른바 경제안보 시대의 도래로

이제는 ‘경제 따로 안보 따로’외교도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공급망 교란, 기후변화, 저출산ㆍ고령화 등

한일 양국이 지금껏 마주하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에도 함께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한일 양국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한일 양국은 아시아에 둘밖에 없는 OECD 회원국이자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 국가로서

인태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함은 물론,

다양한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에서

함께 협력하고 연대해야 할

핵심 파트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국교정상화 60주년 ]


그런 의미에서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은

양국 관계의 새 출발을 모색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한일 양국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풀어간다면,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울러 한일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로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순(耳順)에 들어선 만큼

한일 양국은 새로운 60년을 위해

보다 성숙한 선린관계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렵게 일궈낸 관계 개선의 흐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소중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서 인용했던 여론조사 결과는

이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한국 국민은 29%, 일본 국민은 39%만이 긍정하면서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인식을 보였습니다.


이는 한일관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양국이 함께 조심스럽게 노력하고

서로에 대한 우호 감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 주는 것입니다.


과거사에서 비롯된 다양한 민감 현안은 물론,

경제안보 시대에 새로이 부상하는 도전적 과제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면서

국민들이 한일관계 개선의 실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내정치적 환경이

양국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힐 때일수록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들 모두가

한 배를 탔다는 마음으로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야 합니다.


냉전 초기 대소전략에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낸

반덴버그 미국 상원의원의 명언처럼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장래를 책임질

청년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한일관계의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외교부도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고견과 아낌없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