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연설문

제5차 경제안보외교포럼 환영사(5.20.)

작성일
2024-05-20 13:46:43
조회수
5048

안녕하십니까.


오늘 외교부 경제안보외교센터와

한국국제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5차 경제안보외교 포럼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님과

라운드테이블의 사회를 맡아주신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님,

그리고 발표와 토론에 참여해 주실

전문가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3년 전 국내 모 일간지 칼럼을 통해

이른바 ‘신냉전’ 시대가 초래할

가장 큰 외교환경 변화의 하나로

‘경제 따로 안보 따로’ 외교가

작동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경제·안보 통합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이

경제와 기술력 우위 확보에 있고,

미중 양국은 냉전시대의 미소관계와는 달리

경제적으로 상호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안보 따로 경제 따로’ 경쟁이 불가능한데다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도가 높아  

동맹의 협조 없이 미국이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도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우리에게 거리낌 없이

안보청구서를 내미는 시대가 되었다는 걸 지적하였습니다.


우리가 대중관계를 의식해

이를 피하려 하면 한미관계는 경색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것이므로

정부내 관련부처 간 정책조정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대통령 국가안보실이 경제·안보 통합전략의

조타수 역할을 할 것을 제언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통령실의 조직과

정부 내 정책조정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는

여러분들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대체로 제가 제언한 대로 진행되어 왔고

민간인 신분으로서 저는 이를 다행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제가 장관이 되어 마주하고 있는 대외환경은

3년 전보다 더 나아지기는커녕

구조적으로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우리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도전적 과제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군사·경제·기술 전 분야에 걸쳐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규범을 토대로 한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국가 간 진영 대립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술과 자원이 무기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경제문제가 주로 비교우위와 비용 절감과 같은

시장경제 논리로 결정되었지만,

지금은 경제적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치, 안보적 고려가 기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습니다.


70여 개국에서 선거가 있는

소위 ‘슈퍼 선거의 해’인 올해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안보·기술이 상호 연동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이

이처럼 우리에게 큰 도전을 안겨주고 있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 요인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첨단기술협력 등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하여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고,

공급망 위축 및 대중관계 리스크 등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한팀이 되어

도전을 헤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안보적 시각에서 다루어야 할

경제 문제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

경제·안보 통합전략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시스템 정비가 선결과제임은 자명합니다.


최근 대통령실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안보실 3차장 자리가 신설된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외교부는 안보와 경제, 기술 문제까지

모두 다루는 유일한 정부부처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제안보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부처의 수장으로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저는 장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혁신벤쳐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데 이어,

경제6단체를 연이어 모두 방문하였습니다.


지난 2월과 이달 초, 그리고 지난주에는

각각 미국과 호주, 중국을 방문한 계기에

현지 진출 우리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 기업간 긴밀한 소통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언제든지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의 문을 두드려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부는 주요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하는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첨단기술의 증진과 보호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적극 노력해 왔습니다.


미국과는 우리 외교·경제의 중심축인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공급망은 물론

인공지능, 우주 등 핵심신흥기술 분야에서의

협의채널을 활발히 가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자 글로벌 공급망 안정의

핵심에 있는 중국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저의 중국 방문은

경제안보 외교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소다자 및 다자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한미일 경제안보대화가 벌써 세차례 개최되었고

지난 3월에는 한국-미국-인도 간

핵심신흥기술대화도 출범하였습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차원에서도

지난달 발효한 공급망 협정을 통해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고,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통한

주요 광물의 수급 안정화 노력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안보·기술 융합 문제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국제규범 관련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내일부터는 영국과 공동주최로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오는 9월에는 네덜란드와 공동으로

<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Summit)>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경제안보시대의 우리의 생존전략은

우리사회가 장기적 게임을 위해

단기적 비용을 얼마나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성패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국내정치적 인내의 총량이 부족하면 힘든 일입니다.

정치권은 물론 민관이 하나가 되어

함께 뛰어야만 합니다.


반도체 산업과 같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

혁신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취약한 분야에서는 기술력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통합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 제고 효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책역량과 실천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외교적 갈등 현안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의 투명성과 정책 예측 가능성이 높을수록

신뢰와 설득의 힘도 커진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 제5차 경제안보외교포럼에는

정부, 학계, 기업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안보를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해주고 계신 분들이 모두 와 계십니다.


오늘 포럼이 지정학적·지경학적 환경 변화와

경제, 안보, 기술이라는

세 개의 연동하는 변수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민관이 함께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와 토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